게임의 4분류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꺽이는 것 같다. 비단 일, 공부에 대한 것 뿐이 아니라 게임과 같은 취미생활에서도 일어난다니 슬플 따름이다. 

목숨을 걸고 내 인생을 갈아넣었던 게임에 흥미를 잃고 시들해진다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다. 그러한 이유를 단지, 내가 늙어서라는 정답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생각해보았다. 

10년이 조금 넘는 별다를 것 없는 게임인생이지만 게임이 즐거운 이유는 결국 도파민 때문이고, 게임의 어떠한 요소가 그것을 촉진시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해당 요소에는 도박과 랜덤성이나, 이쁜캐릭터라거나, 흥미로운 스토리, 아름다운 그래픽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결국 특정 4가지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먼저, 가장 중요한 제 1번은 바로 “선택”이다. 비단 게임뿐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이자 최우선순위는 선택에 따른 보상체계이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온다는 인과관계는 인간이 가장 먼저 깨닫는 것일 뿐 아니라, 생존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기에, 해당 요소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도파민을 촉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준다. 스토리 분기점, 오픈월드, 컨트롤 요소 등 대부분의 게임의 구성은 결국 플레이어에게 선택과 보상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에 있다.

그 다음은 경쟁/컨트롤 요소이다. 1번의 하위 체계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선택지와는 분명히 다른 경쟁이란 개념 역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선택에 따른 보상 체계가 생존에 필요했다면, 경쟁 역시 한정된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때문에 많은 게임은 멀티플레이어 요소를 도입하여 상대를 경쟁에서 이기는 방식으로 도파민을 제공한다. 오래전부터 가장 인기 많았던 게임은 FPS 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FPS뿐만 아니라 RTS, AOS등 수많은 게임 장르가 있고, 이들의 주 목적은 경쟁을 통한 도파민 제공일 것이다.

3번째 요소는 스토리/음악이다. 비록 게임이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된 본능을 건드린다고 하지만, 이 역시도 영화나, 미술과 같은 예술의 영역도 일부 포함된다. 태고에 인간이 대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벽화를 그린 것과 같이, 현실 속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 아름다운 사랑과 이어질 수 없는 비애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왔다. 벽화에서 캔버스로, 글과 연극을 넘어 영화로, 이제는 직접 주인공이 되는 방식으로 그저 변화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주로 콘솔게임류가 이러한 형태를 취하며 상대적으로 컨트롤요소는 덜한 경우가 많다. 

마지막 요소는 개성이다. 인간은 남들과 다름을 뽐내고 싶어하고, 이 역시 자손을 남기기 위한 자연선택 과정의 하나이다. 헤어스타일, 패션, 명품 등 인간은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환상 속에 빠져사는 생물이며, 구별짓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인다. 이는 게임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얻기 힘든 칭호, 수많은 효과가 붙은 전설아이템, 방어구나 염색약을 조합해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패션 등 게임 속에서도 나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요소는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여러가지 제약 플레이, 컨셉 플레이 등도 자신의 컨트롤을 뽐내는 동시에 남들과는 다른 플레이를 하는 나에 대한 개성의 의미로 볼 수 있겠다.

현대 게임은 상기한 네가지 요소를 다양하게 조합하여 구성된다. 내 생각에 상술한 네가지 범주를 벗어나는 게임은 없다. 퐁에서 스페이스 인베이더, 둠과 스타크래프트, 롤을 넘어 배그와 에펙, 슬더스, 데스스까지 게임은 점점 더 다양한 방식을 찾아가며 도파민 경로를 탐색했다. 이는 어쩌면 한정된 수명 속에서 답을 찾으려 발버둥 치는 와중에 발생한 부산물 같은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상기한 요소들은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였고, 현재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에 해당 기능을 충족시켜 줄 것을 만든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해당 생존요소들이 사라져, 완전히 새로운 경로의 도파민 수용체 구조가 생성되고, 이를 촉진하는 다른 개념의 게임들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 주1 : 1,2,3,4 유형의 게임은 슬더스/미연시, 에펙/배그/롤/스타, 라오어/데스스, 와우/메이플/검은사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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